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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26 / 04 / 16

INTRO

세상이 참 좋아졌다. 이 공간은 좋아진 세상 덕을 많이 보고 태어났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노코드 웹 빌더를 가지고, 사무실에서 하루종일 씨름 하곤 했는데 이제 내 개인 공간도 뚝딱 만들어낼 수 있는 세상이다.
자고 일어나면 간밤에 먼 곳에서 공들여 만든 새로운 것들이 쏟아진다. 가끔은 이 변화의 속도가 버겁지만, 굳이 모든 것을 따라갈 필요는 없으니, 그냥 내가 좋다고 믿는 것들을 따라가려 한다. 어쨌든 나는 가고 있으니. 그곳이 어딘지 몰라도 나는 계속 가려고 하니까. 적어도 멈추지 않으려고 한다는 사실 만으로도, 나는 그것으로 만으로도 족한다.
모든 것이 걱정스러워, 밤에 편히 잠조차 이룰 수 없던 스물 여섯을 지나서, 내일도 삶의 아름다움을 발견하자며 다짐하듯 잠에 드는 스물 여덟을 지나고 있다. 2년 사이에 모든 것들이 괜찮아졌냐고? 놀랍게도 그대로다. 나는 여전히 대학생이고, 아직도 번듯한 직장을 갖지 못했으며, 십 여년간 그대로인 곰팡이 핀 방에 몸을 뉘이고 있다. 스물 여섯 나를 괴롭히던 걱정의 근원들은 더 했으면, 더 했지 여전히 내 곁에서 불쾌한 향을 풍기고 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걱정하지 않을 뿐이다. 그렇기에 불면에 시달릴 일이 없다. 어떤 문제들은 영영 해결되지 않은 채, 끝나지 않는 방학숙제처럼, 내 삶에 남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제 그것들이 내 삶의 방향키를 잡게 그대로 두고 보지 않는다. 이건 포기했다,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이것은 '태도'에 대한 이야기다. 생각해보면, 나를 잠 못들게 했던 것들의 대부분이 나의 잘못에서 비롯 됐다기 보다는 그저 일어날 일이 일어났을 뿐인 경우거나, 내가 어찌 할 수 없는 일이었다거나, 그냥···그냥 어떤 과정과 시스템 속에서의 서사일 뿐이었다. 설사, 그것이 정말로 나의 잘못이었다 하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도망치지 않고 책임을 지는 일 밖에 없다.
세상이 참 좋아졌다. 이 공간은 좋아진 세상 덕을 많이 보고 태어났다. 동시에 이 세상의 좋은 면면을 받아들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나의 덕도 많이 본 채로 태어났다. 자고 일어나면 간밤에 먼 곳에서 공들여 만든 새로운 것들이 쏟아진다. 가끔은 이 변화의 속도가 버겁고, 그것 만큼이나 나를 둘러싼 문제들도 나를 버겁게 한다. 하지만 굳이 따라가려 하지도, 깊이 생각하려 하지도 않는다. 어쨌든 나는 가고 있으니. 그곳이 어딘지 몰라도, 그 끝엔 내가 있을 걸 아니까. 누가 인정해주는 내가 아니라, 내가 인정한 내가. 나는 언젠가 만날 나를 위해 멈추지 않으려 한다. 아무래도 삶은 스테이지고 우리 모두는 각자의 스테이지, 그 위에서 춤추는 주인공들이자, 그 공연을 지켜보는 유일한 관객이 아닐까. 매 순간이 라스트 댄스인 것처럼 모두가 춤사위를 멈추지 않고, 커튼콜을 올라갈 때, 주인공에게 벅찬 박수를 보내길 바란다. Life, I think, is a stage — and we are each the one dancing upon it, and the sole witness to the dance. Let every movement be a last dance. Let no one still their hands. And when the curtain rises for its final bow, let the applause for the one who danced be overwhelming.